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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피부과, 돈되는 얼굴피부·여드름만 진료하는 이유

by journal0718 2025. 5. 27.

신도시마다 피부과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안면 피부, 여드름, 기미, 잡티 등 얼굴에 집중된 진료와 시술 위주입니다. 왜 대다수 피부과는 전신 피부질환보다 얼굴 중심의 진료만 반복할까요? 이 글에서는 신도시 피부과의 진료 패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수익 구조, 의료 시장의 흐름을 분석해봅니다.

1. 피부과는 왜 얼굴에만 집중하는가?

새로 조성된 신도시나 재개발 지역을 가보면, 주상복합 건물 1~2층에 빠지지 않고 입점한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피부과’입니다. 그런데 유독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간판에 '여드름', '미백', '리프팅', '주름', '기미' 등의 키워드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고, 진료 항목도 거의 얼굴 중심입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피부과의 수익 구조가 '얼굴'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피부과에서 흔히 다루는 피부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보험 진료: 아토피, 접촉성 피부염, 무좀, 건선 등 만성 피부질환
  • 비급여 진료: 여드름 흉터, 색소침착, 레이저, 미백, 보톡스, 필러 등 미용 시술

문제는 보험 진료는 수가가 낮고 진료 시간이 길며, 환자가 꾸준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반면 비급여 진료는 시술 1건당 수십만 원 이상이며, 한 번에 여러 시술을 묶어 진행할 수 있어 매출이 빠르게 상승합니다. 특히 여드름은 보험 진료 항목과 비급여 시술을 동시에 유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진료군'입니다. 예를 들어, 여드름 염증 치료는 보험 청구가 가능하지만, 흉터나 색소 치료는 레이저·필링 시술로 전환되어 비급여 수익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신도시 피부과는 자연스럽게 '얼굴 = 수익'이라는 공식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2. 신도시는 피부과에게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시장

그렇다면 왜 ‘신도시’일까요? 기존 시가지보다 신도시가 피부과 진출 1순위가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고소득 신혼·젊은 층이 밀집된 구조

신도시는 대체로 30~40대의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가 대거 입주합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예방적 피부관리'에 대한 인식도 매우 적극적입니다. 특히 여성 고객의 경우 '첫 인상'과 '자신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미, 잡티, 탄력 등 시술에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둘째,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초기 시장

신도시는 상권이 빠르게 성장하지만, 초기에 개원한 피부과는 몇 곳 되지 않아 시장 선점 효과가 큽니다.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관리 환자가 되기 쉽고, 입소문이나 네이버 블로그 리뷰 등을 통해 신규 환자 유입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셋째, '미용' 중심 진료가 브랜딩에 유리

여드름, 미백, 리프팅 같은 키워드는 단순 질병 치료보다 고객이 검색하고 공유하고 후기를 남기기 좋은 콘텐츠입니다. 이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비용 효율이 뛰어납니다. 즉, '보이는 진료'가 곧 '팔리는 진료'인 셈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도시 피부과들은 의료 접근성을 낮춘 보험 진료보다는, 미용 중심의 시술 상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진짜 환자가 아닌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 비즈니스 모델에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3. 의료 서비스인가, 시술 서비스인가?

신도시 피부과가 얼굴 위주의 진료만 반복하는 것은 단순한 편중이 아닌, 구조적인 시장 선택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물음이 하나 생깁니다. “피부과는 병원인가, 피부 관리실인가?” 의사 면허를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실제 환자 응대는 피부관리사, 상담실장이 진행하는 경우도 많고, 고객은 치료보다는 개선을 원하며, 병원은 그 요구에 따라 ‘패키지’를 제안합니다. 여기에 법적으로 미용 시술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의료와 비의료의 경계가 흐려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신뢰 기반 의료에서 상품 중심 시술 서비스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의료법상 ‘상업 광고’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지만, SNS 마케팅이나 블로그 포스팅을 통한 고객 유치 활동은 끊이지 않습니다. 결국 신도시 피부과는 환자가 아니라 지속적 소비자를 유치하는 클리닉화 되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여드름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학생이 피부과 시술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생활 태도가 바뀌는 긍정적인 사례도 많습니다. 문제는 환자의 주관적 불안과 병원의 상업적 목적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부과 본연의 기능은 어디로 갔는가? 피부과 전문의가 의과대학과 수련을 통해 배우는 것은 여드름이나 미백만이 아닙니다. 피부과는 단순히 미용을 넘어 피부암,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만성 피부염 등 광범위한 질병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 과목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진료는 외면받기 일쑤입니다. 건선, 아토피 같은 만성 질환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밀려나고, 무좀이나 옴, 지루피부염 같은 증상은 빠르게 진료가 끝나는 보험 환자로 분류됩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피부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의료 시장 전체가 보험 수가 중심의 낮은 진료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도 생존을 위해 수익성 높은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부과는 그중에서도 비급여 진료 전환이 가장 쉬운 분야라는 점에서 일종의 ‘수익 피난처’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이제는 환자도 똑똑해져야 합니다. 병원이 보여주는 마케팅 문구나 후기만 믿기보다는, 정확한 진료과목, 상담 방식, 의료진의 전문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여드름이라 하더라도 염증 단계, 흉터의 깊이, 색소 침착의 원인 등은 진료를 통해 명확히 평가되어야 하며, 무작정 ‘시술 패키지’를 제안하는 병원보다는 단계적 접근과 설명이 명확한 병원을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 항목과 비급여 항목의 구분을 충분히 이해한 후, 소비자로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는 결국 건강을 위한 수단이어야 하며, 아름다움은 그 다음의 부가적인 가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글마무리

신도시 피부과가 얼굴 중심의 진료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는 수익성, 소비자 니즈, 시장 구조가 만든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좀 더 주체적인 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관리가 필요한 고객 사이에서 병원은 언제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그 균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